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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때문에’가 ‘덕분에’로 조회수 : 1028
  작성자 : 김종훈 작성일 : 2019-05-06



열흘 전 12일로 다녀온 우리 교단 목회자영적성장대회에서 있었던 일. 오후 회의를 마친 후 저녁을 먹고 다시 집회 참석을 위해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려는데, 1층 로비 한쪽에 동기 목사님들 4명이 의자에 앉아있음이 보였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인사도 나누고 앉아 담소도 나누는 중, 한 분이 바로 옆 아이스크림 자판기를 보더니 우리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자"는 제안을 했. 정말 돌아보니 처음 보는 아이스크림 자판기란 게 있었고, 오랜만에들 만났으니 그 아이스크림은 내가 쏘기로 했다. 그래서 얼른 일어나 나를 포함해 5개 값을 계산하고 뽑아 맛있게 먹었다.

그런 중에 저쪽에서 다른 동기 목사님 한 분이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아마 동기들 몇 명이 모여 있으니 그도 반가워서 달려왔을 게다. 그래서 얼른 나도 그를 환영하며 일어나 아이스크림 하나를 더 뽑아 대접했다그렇게라도 대접할 수 있어 난 너무 좋았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 또 다른 동기 목사님이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이번엔 다른 선배 목사님과 함께였다. 아마 아는 목사님들 6명이 모여 있으니 그들도 반가워서 달려왔을 게다. 그러니 어쩌랴. 당연히 나도 그들을 환영하며 아이스크림 두 개를 더 뽑아 대접했다. 뭐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그런데 그때부터가 문제였다. 그렇게 8명이 모여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으니 우리 모임은 더 눈에 띄었고,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는 그 선배 목사님을 아는 같은 지방회 목사님들 세 분이 몰려왔다. 하여 이제 난 자동으로 일어나 세 개를 더 뽑았다. 그렇게 우리들의 아이스크림 파티는 5명으로 시작해 금세 11명이 되었다. 이쯤 되니 처음 아이스크림 얘기를 꺼낸 그 동기도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 커져서이다. 하지만 난 애써 괜찮다는 표정으로 응수했다.

그러나 그 정도로라도 끝났으면 내가 말을 안 한다. 이번엔 아는 선교사님 부부가 다가오더니, 곧 이어 다른 목사님, 또 다른 목사님, 또 다른 목사님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신학대학 총장님까지 직원 1명을 데리고 다가오셨다. 이쯤 되니 그 친구는 물론 처음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었던 다른 4명의 동기들도 나에 대해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게 해서 그날 내가 뽑은 아이스크림은 모두 19. 그것도 개당 2800원이나 되는 비싼 아이스크림이었다.

어찌나 후회가 되던지. 이게 다 그 처음 아이스크림 얘기를 꺼낸 그 친구 때문이다. 애당초 나도 그 자리에 잘못 낀 것 때문이다. 내가 사겠다며 덜커덕 말을 잘못 꺼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그쯤해서 집회가 시작되지 않았다면 난 그날 어쩔 뻔 했나 싶다. 그날 참석한 목회자 숫자만 700명이 넘었는데...

하지만 결론은 그게 아니었다. 완전 반전이었다. 하나같이 그 일로 목사님들이 아이스크림을 너무 잘 먹었다며 인사를 건네는데, 그런 작은 걸로 생각지도 않은 인사를 그렇게까지 받기는 또 오랜만이다. 졸지에 아이스크림 몇 개로 큰 대접을 베푼 셈이 되었다. 때문에덕분에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 친구 때문에 돈은 많이 썼지만 그 친구 덕분에 18명 목사님들로부터 후한 인심을 얻은 게 되었다. 결국은 그래서 나도 그 친구에게 인사를 건넸다. “친구 고마워. 이게 다 자네 덕분이야

그 작은 경험에 참 깨닫는 게 컸다모든 좋지 않은 일이 다 너 때문이라며 핑계했던 일, 모든 것을 남 탓이나 환경 탓으로만 돌렸던 일들이 오히려 내게 고마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날 힘들게 한 그 사람 덕분에, 날 힘들게 한 그 일 덕분에 더 기도하게 되고, 더 겸손하게 되고, 더 돌아보게 되고, 더 성숙하게 되고... 그러니 돌아보자. ‘때문에'라고만 생각했던 그것이 덕분에는 아닌지...

5월은 가정의 달. 가까운 가족들에게부터 그 마음 가져보자. “여보 당신 덕분에”, “아빠 엄마 덕분에”, “아들 딸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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