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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인생은 생방송 조회수 : 1037
  작성자 : 김종훈 작성일 : 2019-05-02



얼마 전 난생 처음 뉴스 생방송이란 데를 출연하고서 느낀 게 참 많다. 그런 생방송을 매일 해내는 방송인들은 진짜 대단한 사람들이란 생각도 들면서, 비록 단 한 번의 짧은 15분짜리 대담코너 출연이었지만, 우리 인생도 그런 생방송 같음이 느껴져 이를 정리해보았다.

우선 나의 생방송 출연에는 이유가 있었다. 방송국이 나를 이유 없이 출연시키진 않았다. 무언가 나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어 섭외하였다. 그것은 사순절 1분기도에 대한 소개였다. 그러니 마땅히 난 출연자로서 그 목적부터 잊지 말아야 했다. 그렇게 불러준 목적에 충실했을 때 성공적인 출연도 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인생도 그런 것 같다. 하나님도 내 인생을 이 세상 무대에 출연시키신 이유가 분명히 있다. 괜히 보내진 않으셨을 터. 그러니 날 향한 조물주의 그 목적부터 아는 것이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길이다.

둘째, 과연 생방송은 편집이 없었다. 무엇 하나 숨길 수가 없었다. 작은 기침 소리도, 의자 삐걱거리는 소리도, 말 버벅거리는 것도 그대로 드러났다. “다시 할게요. 이건 편집해주세요가 생방송에는 불가능했다. 실수 이전으로는 절대 되돌릴 수 없었다. 차라리 실수를 인정하고 그 남은 시간이라도 잘 대처하는 게 더 바람직했다.

그러고 보면 인생도 그렇다. 하나님 앞에서 그 무엇을 감추랴. 나의 선함도 악함도, 자랑도 부끄러움도 그분 눈앞에서는 다 드러난다. 하나님 앞에서는 모든 게 있는 그대로만 생중계된다. 그러니 혹 실수했는가? 되돌리거나 지우거나 감추려 하지 말고 차라리 인정하고 그 다음을 더 멋지게 살려고 노력하라. 하나님은 당신의 실수를 따지시기보다 그 솔직함과 애씀을 더 높이 평가하시니까.

셋째,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긴장할 필요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대화하듯 하는 게 생방송을 잘하는 비결이라고 경험 많은 앵커가 시작 전에 내게 말해주더라. “목사님, 카메라 보지 마시고 저와 눈 맞추시고 하세요그래서 그 말 믿고 했더니 정말 첫 출연치고는 꽤 잘했다.

그렇다. 인생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멀리 볼 것 없이 오늘 내가 만나는 사람, 지금 내가 하는 그 일에 집중하여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잘하는 일이다.

넷째, 놀랍게도 그 초긴장 속에 여유도 있더라. 뉴스 도중 현장 취재 리포트나 광고가 나갈 때면, 그래서 스튜디오 카메라가 꺼질 때면 두 앵커가 갑자기 시청자가 모르는 여유를 부리는 것을 보았다. 밑에 숨겨둔 물도 꺼내 마시고, 거울을 꺼내 메이크업도 다듬고, 둘이서 짧은 농담도 주고받고... 그 모습을 곁에서 보는데 어찌나 재밌던지. 나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여유를 그들은 부리더라.

~ 인생도 그러하리. 그러니 누군가에게 내 시간을 과감히 맡겨라. 내가 다 해야 한다는 생각도 과감히 버려라. 다른 사람에게도 부탁하고 하나님께도 부탁하라. 특히 하나님이 대신해주실 때의 여유는 그 어느 때보다 평안하고 여유롭다.

다섯째, 결국은 준비한 것을 다 못했다. 15분 대담이라고 준비해 갔지만, 결국 13분 대담으로만 끝났다. 이유는 앞에 다른 현장 인터뷰가 2분을 더 잡아먹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다. 그러니 뒷내용도 잘 준비해 간 나로서는 솔직히 아쉽다. 하지만 어쩌랴. 시간이 다됐다는데.

인생도 그렇다. 아무리 내가 계획을 많이 세워놓아도 하나님 부르시면 끝내야 한다. 인생은 유한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다 쓸 수는 없다. 하나님이 그만하시면 언제든지 무대에서 내려와야 하는 게 인생이다.

이 깨달음으로 나는 또 오늘 생방송 인생을 시작한다. 편집 없이 있는 그대로 하나님께 생중계한다. 내일을 기약하되 오늘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되 하나님께 맡기는 여유도 부리며, 나를 이 땅에 출연시키신 그 목적 잊지 않고, 주신만큼의 시간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며 생방송 인생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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